무엇이든 쓰게된다-나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문장들.

언젠가 김중혁 님이 나오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글쓰기 보다는 독서관련인 빨간책방) 그간 취재차 프리랜서를 만나며 느꼈던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 그 내용이 크게 와닿아 몇 차례 다시듣기 한 끝에 전문을 기록해 둔다. 

제가 최근에 한국일보에서 창작의 비밀이라는 연재를 하고 있는데요, 연재를 하면서 여러 아티스트들을 좀 만났어요. 뮤지션들을 만났는데, 다들 프리랜서들이죠. 직장이란 게 없이 개인 작업을 하는 분들인데 다들 되게 불안해해요. 당연히 불안할 수 밖에 없는게 올해 돈을 많이 번다고 내년에 벌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올해 하고 있는 일이 내년에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내년에 걸작을 써낸다는 소망 믿음도 없고, 너무 불안한거죠. 

근데 다들 그 불안으로 사는 것 같애요. 

그 흔들리는 게 너무 좋은거 같애요.

그래서 흔들리는 걸로 창작을 하는 거 같고, 흔들려서 오히려 평온한 거 보다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인 거 같아서 그런 걸 보고 있으면 프리랜서라는 게 되게 힘든 거거든요 사실은.  보장되는 게 하나도 없고 미래라는 게 없으니까. 

김중혁 작가.

뭐라도 쓰고 싶어 참을 수 없게 된다는 첫페이지의 도발.
난 원래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글쓰기자체를 좋아한다.
짧은 메모도 좋고, 나중을 위한 기록도 좋다.
이런 내가 글을 쓰는데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것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받거나,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자문해 보면 마땅한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인용문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서투르게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으로 나는 이제껏 글쓰기에 대해 가졌던 모든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 인용문 하나만 보더라도 이 책의 존재 가치는 내겐 충분하다.

김중혁 작가는 소설과 에세이 등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책의 곳곳에서 즐거운 그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김중혁 작가의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개도 여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때론 필기구나 문구가 아닌, 잡음을 없애주는 헤드폰같은 전자기기에 대한 그의 의견도 빨간책방을 듣듯이 친근한 어조로 들어볼 수 있다.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창작’에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이야기 같겠지만 윈도우를 쓰면서는 주로 ‘감상’을 했는데, 애플을 쓰면서부터 ‘창작’을 하게 됐다.

장인도 도구를 탓하는 모양이다.

글쓰기 와 창의성에 대하여.

창의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 역시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별하지 못해 안달하거나 망설이기 보다는 오래하다보면 글쓰기 가 특별해진다는 그의 이야기는 초라한 글밥 몇줄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을 들인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고 하니 시간을 들인다면 모든 것이 특별하고, 그렇게 모든 것이 특별해지다보면 특별한 것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니 이 또한 이렇게 홀가분할 수 없다. (물론 저자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 특별함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라 좀)

또한 내 삶의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의 인용 역시 한없이 고무적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서 잘못된 것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창의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우리에게 가장 활기찬 삶의 모델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에게 창의성이란 그저 시간을 들인 글조각일 뿐인데, 그 글 조각들로 인해 활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몰입이라는 저서로 내게 크나큰 삶에 대한 답변을 준 학자가 이런 말까지 해 주었다는 사실 역시 반갑고 황송하다.

관찰과 공들임.

믿음과 소망과 관찰, 그중에 제일은 관찰이라.

이 말을 듣고 나는 관찰을 사랑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이런 저런 삐딱한 시선이나, 다소 엉뚱한 해석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서 주체성을 찾고자 하는 나로서는 이말 역시 힘을 받게 한다. 아래의 문구 역시 독특한 시각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가지, 여기서도 글쓰기 에 시간을 들이는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다. 김중혁 작가는 꾸준함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은 걸 보지만 결국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봐야 하고, 더 오래 봐야 하고, 더 많이 움직이며 봐야 한다.

또한 무언가를 더 보기 위해서 산책을 추천한다. 막연히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불현듯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김중혁 작가 역시 산책을 통한 생각의 전환을 즐기고 있어서 나의 목적없는 발걸음에 대한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글을 쓰면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다. 이야기가 막히면 어떻게라도 풀어낼 수 있는데, 비유와 묘사가 막히면 도무지 방법이 없다. 그럴 때면 글쓰기를 잠깐 쉬고 산책을 다녀와야 한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만져야 새로운 표현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공들임이다. 이는 위에서도 나왔던 시간을 들임과 다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중혁 작가의 차분한 프로의식 같은 것을 엿볼 수 가 있다.
사소한 표현에 공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이야기에도 공을 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 책도 그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책의 몇몇 문구들은 내 끄적임과 내 망설임에 지지를 주었기 때문에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분명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술 적인 팁들 이외에도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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