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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릿비체
여행기록 유럽여행

크로아티아 2-플릿비체, 야간의 스플릿

관련 포스트

빗속의 플릿비체

플릿비체 하이킹,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났다. 툭툭거리는 불길한 소리는 당연히 빗소리였고, 그 굵기가 만만치 않았다. 비와는 관계없이, 5시 반에 숙소를 나섰다.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에 가니 버스는 이미 대기하고 있다. 6시 10분경 이었고 하나의 짐가방 당 7 kn (1400 ₩ 상당)을 내고 버스에 오른다. 2시간 후면 플릿비체 에 도착할 수 있는 스케쥴 이었음에도 9시 반 경,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다소 마음이 급했다. 중간에 운전사 휴식에 주유에… 마음이 급했던 것은 점점 굵기가 굵어지는 빗방울이었다. 너무 그 정도가 심해 하이킹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미리 예약해 둔 티켓은 일종의 동기부여가 되어 빗속이지만 예정대로 강행할 것을 약속한다.

 

비옷을 사고 (49 kn) 캐리어 들을 사물함에 넣는데 60 cm 규격이라 아주 아슬아슬 했다. 비옷을 뒤집어 입고 공원 탐방을 시작한 일은 이번 여행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고, 가장 잘 한 결정이었다. 수 없이 나오는 폭포와 운무. (내렸던 비가 그 정도를 더 해준) 나무다리에 찰랑거리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조경, (길의 외부를 작은 돌들로 막아 물의 범람을 막는 등)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운 훌륭한 조화였다. 우선은 완벽한 자연이 있었고, 그 자연에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의 완벽한 노력이 있었다.
탐방안내원에 의하면 오늘의 비로 인해 폭포며 호수의 유량이 1.5배는 많게 보인다고 했다.
비는 다행히 잦아들어 훌륭한 코스 설계에 감탄하며 휴식을 취할 즈음에는 완전히 개어 젖은 옷과 가방 등을 말리기에 충분하기까지 했다. 오전에는 그렇게도 세차게 퍼붓더니, 금세 맑아져 푸른 하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결국 운 좋게도, 비오는, 흐린, 맑은 플릿비체 모두를 볼 수 있었다.
모든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획대로 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듯 했다. 비가 심해 하이킹을 포기했더라면 그렇게도 맑고 풍부한 수량의 폭포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빗속의 진행이 다소간에 무모하게 느껴지고, 포기가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될 지언정 학수고대 했던 국립공원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보람 이상의 감정들이다. 카메라가 젖을까 노심초사 했고, 수성펜 글씨가 가득한 이 노트가 조금은 젖어버렸지만 그러한 경험들조차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오늘의 결정을 항상 마음에 품어야 겠다. 심지어… 기계와 정든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으니, 수없는 감회와 맞딱뜨렸음이 분명하겠다.
코스는  H 였고, 버스 (코끼리 열차 같은 통유리 열차 형 버스)를 타고 고지에서 내려 굽이굽이 내려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다시 강변을 걷다가 약간을 오르면 마무리 버스를 탈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코스이다. 전혀 힘들지 않게 5시간 정도를 훌륭한 대자연 속에서 보낼 수 있었다. 4시 30분 버스였는데 3시에 하이킹이 끝나고 무료 락커에서 짐을 되찾고, 말렸다.
 

플릿비체 에서 스플릿으로

플릿비체 에서 스플릿으로 이동하는 버스는 우연히 운전사 바로 뒤였는데 그 자리는 한국과는 달라 운전사보다 한 층 높은 자리라 그 곳에서 바라보는 광경 또한 훌륭하다. 별것에 다 고무되는 구만 싶지만 실제로 그랬다. 8시 반 경 스플릿에 도착했고 항구 바로 옆이라 바다를 바라보며 이동할 수 있었다.
 

간판이 없어 숙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도움은 무척 인상적이다. 모두들 직접 전화까지 걸어가며 도움을 주려 했으며 한 남성은 “크로아티아를 즐겨라”라고 했다. 스플릿은 향락의 도시다. 관광객 만큼이나 많은 현지인들이 너도나도 복장에 신경을 많이쓰고 돌아다닌다. 여기서 만난 화장하고 꾸민 사람들의 수가 그동안 마주친 사람들의 수 보다 많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대충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스플릿의 첫 밤이자 마지막 밤일테니 숙소에서 보낼 수 있겠는가.  9시 30분이 넘은 시간, 거리에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거리 공연과 흥겨운 시민들 사이에서 옆으로 보이는 밤바다와 젊음을 한껏 느끼고, 숙소로 돌아왔다. 긴 하루였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뜻 깊은 하루다.

나중의 심경.

풍경도 좋고, 결정도 좋다. 지금이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나 역시 여행 시의 감정은 뭔가 복받쳐 있음을 알게한다. 평소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감수성의 폭발을 구경한다. 마치 밤에 써 놓은 편지를 아침에 보는 심경이랄까. 뜻을 모르겠는바는 아니지만 이런 과장된 느낌을 글로 남겨 놓으니 이것 참…낯 뜨겁다. 다만 이런 감정이 오롯이 전해져서 여행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 편 실제로 그날의 날씨를 담은 듯, 번진 글씨와 쭈글한 노트 페이지가 현장감을 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이런 현장감은 전자식 필기나 사진만으로는 결코 유지할 수 없는 현장의 기록이다. 그날의 기억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도 어쨌든 오프라인 기록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대목이다. 글을 읽는 동안 그간 잊혀졌던 기억 속의 광경들이 주욱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미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장면들, 그 때의 느낌 들이 살아나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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