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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3 스플릿 투어, 두브로브니크로 이동.

스플릿 은 무척 맑았다. 알람 없이 8시경 일어났다. 오늘부터의 일정은 거의 바쁠 필요가 없다. 대충 정리를 하고 숙소에 짐을 맡기고 우선은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 예약을 했다. 15시45에 출발해서 19시30에 도착하기로 되어있다. 버스 외에도 Ferry니 Speedy Ferry니 하는 것들도 있지만 주 2회 운항이나 시간이 안 맞을 뿐더러 10시간, 5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비용은 버스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었지만 10시간을 망망대해에서 보내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버스에서의 경관이 더욱 다채롭기도 할 것이다.
 

스플릿 투어

버스 예약을 마치고서는 수산물 시장. 농산물 시장. 종탑. 성당. 지하 성당 등 디오클레티아누스 왕궁 근방의 명소를 찾는다. 특히 종탑은 오르 내리는 철제 계단이 좁고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여 다소 공포스러우며 포기하는 이들 도 종종 있다고 했다. 우리가 오르는데 마침 우리 바로 앞의 금발은 결국 기둥을 부여잡고 공포의 눈물을 흘려대기도 해 그 공포심을 실감하기도 한다.
스플릿은 분지형이라 한 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반대편에는 산이 둘러쳐져 있다. 그 안쪽으로 많은 주택이며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인구 18만명의 크로아티아 2번째 규모의 도시란다.
성당이나 세례관련 장소들, 지하 성당 등을 둘러 보았다. 지하 성당에는 작은 성모상이 있어 그 발치에 기원을 적은 쪽지를 두는 일들이 행해지는데 게중 한국인의 한글로 쓴 장문의 기도문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문득 기도문을 적는 것은 큰 위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적인 측면이라기 보다 자신의 각오를 다지며 긍정적인 생각을 키우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소간에 낯부끄러운 행위지만 기도를 글로 옮기는 일, 보다 강력한 자기 암시가 될 것 같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 내부
디오클레티아누스 궁 내부
열한 시경이 되니 군중이 웅성대며 모여든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 내부이다. 로마병사 복장을 한 이들이 큰 소리로 북을 울리며 시선을 집중 시키고 황제와 공주가 등장하고서는 환영의 말을 한다. 환영의 말인지 알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에 “In other words, Welcome” 이라 하여 군중의 웃음을 유도 했기 때문이지 누가 크로아티아 말을 번역해주거나 한 것은 아니다.
 
 
 
시장들은 부지런한 크로아티아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침 일찍 시작하여 오전 중에 마친다. 무게는 추를 이용한 양팔저울을 이용하는데, 그 것이 외려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초를 이용해 데워먹는 시스템
초를 이용해 데워먹는 시스템

점심은 (아침이자) 라바거리에서 아주 약간 비껴난 곳이 정상적인 가격이며 맛도 좋다는 정보를 따라 먹었다. 단지 단순한 리조또와 스파게티였는데 식지 않도록 가열(초를 이용)하며 먹을 수 있게 했으며, 맛도 아주 훌륭했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한 블로거의 정보를 따라 온 것이라 정보의 소중함, 정보란 이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정보 없이 사는 것과 소경으로 사는 것 중 정보없이 사는 것이 더욱 답답한 삶이 아닐까.

 
 
식사 후 주변 산책을 좀 더 하고 있는데 거대한 동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공사중이었다. 재치가 보이는 점은, 공사중임에도 동상의 핵심포인트라는 “발가락”은 천막 외부로 빼꼼히 노출 시켜 둔 점이다. 그 발가락을 만지는 일이 관광객들 사이에 소소한 재미라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일 것이다.
약속한 세시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고 버스 터미널로 간다. 역시 북적임이 심하다. 이 곳에서 짐을 맡기는 데에도 역시 돈을 내는데 자그렙보다 1 kn 비싼 8 kn (1600 ₩)이다. 4시간 걸리기로 한 여정은 2회에 걸친 여권 검사와 게중의 일행의 가방 검사. 한 소녀의 절경에 도취한 결과물인 구토, 등으로 5시간이 걸렸고 숙소는 어렵지 않게 찾았으나 어렵게 왔다.
 

버스안의 금발이 너무해

버스 안에서 구토하는 여학생은 여동생과 부모님이 함께 여행중이었는데, 동생이 위로는 커녕 부끄럽다는 듯 어휴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거리는 장면이 아직 기억난다. 또한 버스 타기에 앞서 웬 한국인 여성 여행객 들이 우리가 잡은 자리를 티켓 번호표를 들이밀며 자기네 자리라고 주장하면서 일어서라는 실랑이를 잠깐 했다. 누구도 번호대로 앉지 않은 랜덤 좌석 상황이었다. 다행히 버스 내 분위기가 누가 번호대로 앉냐 먼저 앉으면 땡이지 분위기로 흘러서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긴 하나 한국 여성의 악다구니를 겪어야 할 뻔 했다. 근데 하필 그렇게 얻은 자리의 바로 옆자리에서는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으니 거참 보람 없는 자리 쟁탈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동양남성에게는 금발에 대한 환상이 어느정도 씩은 있기 마련일텐데 구토하는 금발 덕분에 그 환상은 쉽게 금이가고 말았다.
 

두브로브니크

계단을 한참 올라야 하는 달동네 느낌의 민박이라니. 좋은 전망이라는 것이 그 계단을 의미하는지는 한 순간도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일단 들어서니 공간도 아주 넓고, 약속대로 전망이 갖춰진 베란다도 있고 정원의 라임나무, 포도나무 들도 볼 수 있었다. 저녁은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Konsum에서 오랜만에 라면을 사다 먹었다. 그 정도면 아주 훌륭했다. 거의 두 주간 국물을 못 먹다 보니 생각이 많이 나던 것을 아파트 형 숙소를 빌리니 먹을 수 있었다. 2시 경까지 다음날의 버스 노선이며, 이동 루트며 식당 등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잔다. 계획은 인생에 가장 중요하진 않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때에 간 대형 수퍼는 10시에 닫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무척 서둘러서 샀는데 그 라면을 발견한 순간의 반가움이 아주 기억에 남는다. 별 것도 아닌 값싼 허섭스러운 라면이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매 순간순간 극도의 감수성으로 어느 한 순간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라 하는 무의식의 최면 같은 것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어쩜 그렇게 매 순간이 감사하고 특별한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비싸서 였을까.인간은 자신의 소비를 최대한 합리적 소비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데, 그래서 모든 순간을, 평소보다 몇 배의 돈을 주고 얻은 그 순간을 합리적인 소비와 맞물리게 하기 위해 기억이 왜곡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돈을 들인 시간은 돈을 들일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하는 느낌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매사가 그다지도 아름답고 먹는 음식도 그렇게나 맛있고, 건물이나 광경이 그렇게도 인상적인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일까.
 
여행 느낌의 1/10만이라도 우리의 익숙한 현실에 적용이 된다면 일상의 삶 또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무슨 세포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나는 감수성 세포가 죽어가는 것 같다. 다시 호기심과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렇게 여행자의 심경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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