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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강단있는 보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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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는 만화가이고, 수필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어떤 사람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면 온통 “고독”이라는 캐릭터 탈을 쓴 모습이나 자신이 스케치 해서 얼굴을 가린 모습만 나온다.
대학시절 당시 흔하던 잡지와 인터뷰에서 동거에 대한 그의 생각을 간단히 물어온 적이 있어서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했더니, 동거를 너무 하고 싶은 인물로 기사를 적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후 그의 한 지인은 그를 동거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했다.
게다가 대기업을 그만 둔 이력이 있다. 뒷 이야기가 무성해 질만한 곳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 거리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유명해져서 어떨지 몰라도.
고독이의 탈이 이해가 간다.

책에 대해서

그의 책에서는 답답한 현실, 막연한 미래와 주변인들의 시선에 해한 거부감을 이겨내려는 담담한 노력이 잘 그려져 있다.
구체적인 묘사와, 상황상황에서 떠오르는 상념들, 그 때에 오갔던 대화들이 적절하게 녹아 있어서 읽기가 아주 좋았다.

교조적인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뜬구름 잡는 식의 미담을 늘어놓은 자서전도 아니다.
솔직하고 기발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강단이 잘 드러나는 저자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내가 쓰는 글도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다.

장면의 전환도 아주 좋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적지만 일어난 순서대로 적지 않는다.
회식장면과 아버지와의 대화 장면을 섞는다던가, 회사를 떠난 시점에서 입사 당시를 회상하는 식의 장면전환은 평소에 이런 저런 일로 옛일에 빠지곤 하는 나의 사고의 흐름과 비슷했다.

회사생활

회사 생활에 대한 묘사도 사실적이다. 책에서는 사회생활이 수족관 또는 우주선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생각없이 살면 그대로 족할 수도 있는 수족관에서의 생활이 생각이 있고 강단이 있는 그로서는 마땅할리 없었다.
상사들의 욕이 섞인 불합리한 발언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회식의 장면들, 지겨운 일상에 대한 작가의 기억들을 듣고 있노라면 서로를 불신하고, 편법도 방법이라고 합리화하기 일쑤인 한국인들의 모습이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오키나와 여행

오키나와에 보름간 여행을 갔던 일화도 소개되어 있는데 그는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갔다.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했다. 이제껏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의 여행이었다. 아니 그냥 시간 떼움으로만 보였다. 그저 걸으며 자신을 찾기 위한 생각을 계속 했던 모양이다. 결론은 놀랍다.
아무 것도 찾지 못한 것.
난 이대목을 읽으면서 짜잔 하는 식의 무엇이 있을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그런데 그 내용이 희한하게 무척 공감이 갔다. 아무것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란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억지로라도 의미부여를 시도라도 하기 마련일텐데 보통은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 담담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음을 말했다.
이만한 솔직함과 그 솔직함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는 글을 최근에 본적이 없다.

아만자

홀로이 우주에서,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한다. 매일 트위터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만화가 최규석이 만화 플랫폼에 소개를 해주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회사 생활에 관한 만화를 의뢰받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그의 강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는 회사에 대한 생각도 하기 싫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임에도 회사를 그려야 하는 일은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전혀 기획의도와는 맞지 않는 암환자에 대한 콘티를 준비한다.
회사의 모습을 그리자고 했는데 전혀 다른 기획으로 나온 것이다.
그게 데뷔작 아만자의 시작이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야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지 않은 삶

그는 현재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는 만화가이다.
만화가의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이 아닌 사내 만화, 아동용 만화 등을 그린다고 한다.
작업 방식이 이상하고, 이상적이다.
억지로 납기를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목요일까지 주 4일만 일을 한다고 하는데 가끔이라도 금요일에 작업을 할 필요가 있으면 어시스트 들에게 혹시 도와줄수 있느냐는 질문을 휴대전화 메세지로 남긴다고 한다.
당연히 강요의 느낌은 전혀 없다고 한다.
물론 회식은 절대 없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 불행하지 않다는 그의 이런 태도가 이어지고 알려진다면, 더욱 많은 사람이 아직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했듯이 우주선을 탈출하는 모험은 없더라도, 일상에서 자신만의 브라우니를 찾아 구우며 브라우니교의 수도승이 된 듯한 생활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브라우니의 향을 맡을 수 있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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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저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 책을 읽은 후에 뭔가 불만스러운 일을 만나면 그래도 이건 불행은 아니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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