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김보통을 좋아하고 새로 알게된 김민철을 좋아한다. 둘 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에세이란 굳이 에세이만 전문으로 하지 않고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 김민철이라는 사람은 카피 라이터이다. 의외로 여성이다.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바라다 본 것을 글로 적는 사람들.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온갖 것들이 자신도 모른 채 가지고 있을 참신함과 매력을 세상에 드러내도록 한다.

찍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쓰고, 여행하고 쓰고.

기록하기 위해 쓰고, 이해하기 위해 쓰고, 위로하기 위해 쓴다.

뭘 해도 쓴다는 그 태도가 내가 지향하는 점과도 같아서 반가웠다.

이 책은 일기와도 같은 에세이이다. 김민철이 가지고 있는 경험들에 대한 글과 놓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까 두려워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니콘 필름 카메라로 찍은 벽들과 책들과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를 항상 소지하는 것은 나 또한 하고 있다. 지나가다가 발견하는 아름다운 것들, 우스꽝 스러운 것들, 놀라운 것들이 있으면 간직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항상 카메라를 소지하려는 열망에 불이 지펴진 것은 아내의 사진 기자 지인을 만나고 나서이다. 그는 건배를 할 때에도 플래그십 카메라의 셔터에 검지 손가락을 얹은 채였다.)

사진과 여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제를 갖기까지 무척 오랜 경험과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주제를 갖고 여행을 가거나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그냥 다니는 것, 그냥 찍는 것에서 즐거움을 붙여야만 주제를 찾고 심화할 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민철의 여행과 사진은 그만의 모습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유적지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숙소 근처를 맴돌고, 유물의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맴돌다가 만난 책이며 카페며 벽을 찍는다. 이런 개성은 3살짜리 아이들은 대체로 비슷해 보이듯이 성숙을 거치지 않은 사진과 여행에서는 생겨날 수가 없다.

몇 명이었는지도 모를 남자친구들과의 그때 그때의 기억들이 기록되어 있고, 남편과의 신혼여행에서 비행기를 놓친 일, 병뚜껑을 수집하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친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엄마와의 생생한 대화도 기록되어 있다. 김민철의 엄마께서 했다는 방목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는 나 또한 자녀 교육을 이런 식으로 할 꺼다 하는 희미한 방향을 찾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글들을 쓰고,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솔직함이 보이는 글들이다.

마지막으로 Henri Cartier Bresson 이라는 사진 작가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한 수확이다. 대부분의 사진을 50 mm 단렌즈로 찍었다는 그 단순함과 초월감. 줌렌즈는 왠지 이도저도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 기피하던 내 생각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응원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다.

이런 글들을 읽고 싶고, 이런 글들을 쓰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내 글들이 이런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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